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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리뷰]어스_더 커진 스케일의 사회비판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개봉 전에도 기대하는 개봉 예정작으로 포스팅한 적이 있던, 겟 아웃의 감독인

조던 필 감독의 차기작 영화 어스 입니다.

3월 28일 오늘자 조조 관람 후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 예상 포스팅에서도 쓴 내용이지만, 여행을 온 흑인 가족에게 찾아온 정체불명의 인물들.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한 '우리'였는데요. 그들의 존재를 예측하기에 평행세계나 도플갱어 등을 예상했었지만 보기 좋게 빚나 갔습니다.

이제부터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자제 부탁드립니다.

 

영화는 오프닝에 토끼를 보여 줍니다. 무수히 많은 우리에 갇힌 토끼들. 왜 토끼를 비춰줬는지는 일단 넘어가고, 1986년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딸아이의 생일을 맞이하여 놀이공원에 온 3인의 흑인 가족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딸아이를 놓치게 되는데요. 그 아이는 주인공 '애들레이드'의 어린 시절입니다. 어린 애들레이드는 해변을 걷다가 거울로 이루어진 거울의 방 같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고 큰 충격을 받아 말을 못 하게 되고, 치료를 받는 등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1986년에 있었던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라는 캠페인을 비춰 주는데요. 해당 캠페인은 미국에서 있었던 인종,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길거리로 나와 15분간 손을 맞잡는 퍼포먼스를 하는 캠페인이었는데요. 미국의 굶주린 사람을 위한 모금을 독려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그 후 현재로 돌아와 애들레이드의 가족은 해변가의 별장으로 여행을 오게 되는데, 그 해변은 애들레이드가 어렸을 때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아이를 만났던 해변이었습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공포를 느끼는 애들레이드는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데요. 밤이 되자 자신의 별장으로 찾아온 4인의 가족.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한 도플갱어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너희들의 그림자. 너희는 해를 보며 모든 것을 이루고 살지만 자신들은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어둠에 숨어 지내온 복제인간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너희를 증오한다고 말하죠.

이제 왜 처음에 토끼를 보여 줬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토끼는 인간이 복제에 성공한 동물로, 영화의 설정은 미국은 비밀리에 본인들의 영리를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들었고, 그 복제인간은 몸은 따로이지만 하나의 영혼을 나누어 가져 삶에 영향을 받아왔다. 즉 애들레이드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면, 그의 복제인 '레드'는 애들레이드 남편의 복제를 만나 같이 살아야 하는, 딸 조라를 낳았으면 레드는 조라의 복제를 낳게 되는 영화적인, 판타지적인 설정이 들어갔습니다.

말도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러니까 영화인 것입니다. 겟 아웃은 뇌수술로 다른 사람의 몸에 인격을 심는 것이 가능했죠. 그것도 영화입니다. 영화라서 상상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의 원본과 같은 애들레이드를 죽이기 위해 온 복제인간들, 그들과 대적하며 운 좋게 탈출에 성공한 애들레이드 가족은 친구인 '조쉬'의 별장으로 도움을 청하러 가지만, 조쉬 가족은 이미 복제 인간에게 죽은 후였습니다.

복제인간은 자신들만 있는 게 아니었고, 도시 전체가, 아니면 그 이상으로 복제인간들에 의해 '원본'들이 습격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애들레이드 가족은 싸워 이겨 나가며 결국 애들레이드는 레드와 결착을 냅니다. 애들레이드는 레드를 없애고, 가족들과 살아 도망가는데요. 그때 이영화의 최고 매력이었던 반전이 나옵니다. 바로 1986년 애들레이드가 레드를 만났던 그때. 사실 생일을 맞아 가족과 놀이공원에 온 것은 자신이 아니고, 레드였던 것입니다. 지금의 애들레이드는 지하에 있던 복제 인간, 거울의 방에서 만난 진짜 애들레이드를 납치, 지하에 가두고 본인이 지상으로 나와 '애들레이드'의 삶을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어린 애들레이드는 충격으로 말을 못 한 게 아니고, 복제 인간으로서 언어를 터득하지 못했던 것뿐이었죠.

극 중 애들레이드와 레드는 그 사실을 기억 못 하는 듯했습니다. 애들레이드도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었고, 진짜 애들레이드 였던 레드는 수많은 복제인간들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겼고, 그래서 이렇게 반란을 일으키기로 한 자신을 따라와 줬다고 말합니다. 복제인간들은 모두 말하지 못하고 레드만 말을 할 수 있었던 설정을 이해시켜주는 반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작인 겟 아웃에서 미국사회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어스는 흑인만이 아닌 나라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자들을 주제로 다뤄졌습니다.

영화 초반에 미국에는 수많은 터널이 존재하고 그중엔 의미를 모르는 것도 많이 있다는 멘트와 함께 시작되는데요. 그 지하 중의 한 곳에서 미국이 복제인간을 비밀리에 연구해왔고 필요가 없어지자 버림받았다는 설정으로 소외된 계층을 대변했습니다. 그리고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운동을 복제인간들이 다시 보여 주면서 소외된 본인들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게 됩니다.

 

 

해변에서 제이슨이 혼자 화장실을 갔다가 마주하게 된 이 장면은 사실 애들레이드 가족이 여행 올 때 시체로 실려갔던, 영화 초반에 '예레미아 11:11' 피켓을 들고 있던 그 사람의 복제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벌써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고, 자신의 원본을 죽인 복제 인간이 젤 먼저 자리를 잡고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을 시작했던 것이지요. 그 후 원본을 죽인 복제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서게 됩니다.

미국에서 백인들은 극 중 '원본'인 사람들처럼 밝은곳에서 많은것을 누리며 생활해 왔고, 반대로 흑인들은 음지에서 많이 굶주리며 살아 온 것에 대해 복제 인간으로 표현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복제인간도 결국 사람이고 자신들의 삶을 위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죠, 흑인이나 많은 홈리스들도 사람이고 미국인이다. 그것은 극중 레드에게 정체를 묻자 레드가 답한 '미국인이다.'라는 대사에서 감독의 의중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조던 필 감독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의 복선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이 포스터 조차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면을 들고 있는 레드. 사실 애들레이드로 살아온 것은 레드 본인이라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예레미아 11:11"의 경우도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짖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이라는 내용도 그렇지만, 11이라는 숫자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1이 두 개인 11 그래서 복제 또는 1111은 애들레이드 4인 가족의 그림자 모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 레드를 찾아가는 애들레이드는 한 번에 거울의 방을 지나 긴 길을 건너 레드를 찾아갑니다. 그 모습을 처음 볼 때는 그냥 복제가 원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애들레이드의 말처럼 원본도 알 수 있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사실 애들레이드가 복제였기에 레드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그 지하는 애들레이드가 레드였을 때 살아왔었기에 기억이 있었기도 했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애들레이드가 레드를 죽일 때 레드는 어린 시절 애들레이드처럼 휘파람을 불고, 애들레이드는 복제인간처럼 울부짖으면서 사실 애들레이드가 복제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의미를 찾으려고 애써보지만, 미쳐 찾지 못한 복선이나 장치들이 무궁무진할 걸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조던 필의 영화는 두 번 보고 세 번 볼 때마다 재미가 더해집니다.

그리고 겟 아웃처럼 어스는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조던 필의 의도라도 인터뷰로 밝혔는데요.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네요.

 

제 주관적인 평점은 ★★★★★입니다. 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